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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LP 세상에 대하여

글쓴이 : SOONDORI

아래는 우연히 접한 인터넷 글. 앞뒤 논리 연계가 이상하고 순위 매긴 제품 나열이 일견 호객행위 같기도 하지만 초심자 친절 가이딩 하겠다는 기본 취지가 있는지라…

“…중고 사지 마라 – 스피커나 앰프는 중고를 사도 된다. 하지만 턴테이블은 되도록 중고를 사지 마라. 신제품은 부품이 안전하게 분리되어 있고 톤암이 고정되어 있어 괜찮지만 중고는 그렇지 않다. 톤암이 잘 고정돼 있지 않고 플래터와 벨트가 합체된 상태로 택배 상자에 이리저리 던져지면 반드시 고장 난다. 또 벨트나 바늘은 소모품 개념이기 때문에 오래된 물건은 구입 후에 바로 수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생략)… 1위 데논 DP-400 (정품기준 57만 원대)…(출처 : https://1boon.kakao.com)”

그러려니 다 좋은데… 논리상 ‘중고’라는 단어를 매개로 오디오 극상기의 빈티지 턴테이블을 철저히 배제하는 혐오적 “사지 마라” 주장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음. 극렬 반대! 물리 운동을 다루는 장치의 특성 등 장광설 사유 설명은 뒤로 하고 결론만 적자면, 1위 추천 품목의 예산 이내 또는 그 절반 정도에서, (오디오 시장을 좀 아는 분에게 부탁해서라도) 더 우수할 수밖에 없는 오디오 극상기의 빈티지 턴 테이블을 사는 게 훨씬 더 합리적이다.

그렇고…

왜 ‘LP 반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간헐적 체감은 그렇다 쳐도… 이게 CD 매출 감소에 따른 상대적 증가나 착시 효과일 수도 있는데 아래 기사는 제대로 팩트 전달을 하고 있는지? 정말 맞는 말을 하고 있는지?

New York (CNN Business) … This year, vinyl sales have outpaced CD sales in the United States for the first time since the 1980s.Vinyl records accounted for $232.1 million of music sales in the first half of the year, compared to CDs, which brought in only $129.9 million, according to a report from the Recording Industry Association of America… (2020.09.13. 출처 : https://edition.cnn.com/2020/09/13/tech/vinyl-records-cd-sales-riaa/index.html)

개인적인 생각으로 현시점 기준 약간의 호들갑. 모든 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리고.

디지털 세상은 촉각을 철저히 배제하니까 오히려 손에 잘 잡히는 커다란 아날로그 매체의 매력이 부각된다. 크면 심적 포만감도 크다. LP의 넓은 면은 훌륭한 홍보의 수단이 되겠고… ‘새로운 LP 세상’은 팬시한 것 찾는 소비자, 음반사, 기획사, 살아남으려고 열심히 활로를 찾던 턴 테이블 제조사가 의기투합한 결과물. 그리고 그 시작점을 더듬어 보면, 노출된 장치 동작이 신기하거나 재미있고 레트로 운운하면 그럴듯하며… 과거처럼 어떤 노래가 너무 좋고 그것을 갖기 위해 LP를 찾는 게 아니라 이른바 굿즈(Goods) 개념이 만들어 낸 2차 소비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새로운 굿즈를 산 사람들 상당수는 그동안 없었던 턴테이블을 살 것이고 턴테이블을 산 상당수와 한동안 잊고 있다가 자극받은 이들이 본격적으로 LP를 찾으면서 피상적인 매출 통계는 올라가고 오디오 테크니카 등 한 철 보냈던 기업들이 돈을 벌고. 그러다가 대충 만든 선사시대 소반 같은 중국제 턴테이블 나오고 그것 들여와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파는 국내 유통 업체들도 나오고… 그런 소비 구조가 어떤 강도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당장은 새로운 현상이 신기하기는 한데… 분명 어딘가에는 정지점이 있을 것.

현상을 실체 흐릿한 빈티지 오디오 세상으로의 회귀로 해석하고 그 정지점 도달 전에 국면이 방향성을 갖고 조금만 달라지면 좋겠다. 그러니까… 함께 살자 마인드 ‘새로운 LP 세상’의 수준과 범위 확대 같은 것?

예를 들어 굿즈 LP가 턴테이블을 불러오면 그 턴테이블이 80~90년대 빈티지 오디오의 시스템적 가치를 다시금 부각하고 그러면서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들어 본 자가 타인과 자신의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청취 동기를 제공한다는 식의, 빈티지 오디오 관점의 상부상조형, 확산형 순환 기재를 상상해 보았다.

어느 날 얼렁뚱땅 굿즈, LP 한정 판을 산 딸아이가 턴테이블을 찾고 그 옆 9만 원어치 국산 빈티지 오디오 시스템이 얼마나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지 스스로 자각한 사례와 같이…

[ 관련 글 ]
맛있는 소리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훗날 손자, 손녀는 가로 폭 43cm 장치로 음악을 듣게꾸나아~”


(내용 추가) ‘소유와 접촉, 감상의 행복 – 미래세대의 음악으로 부활하는 LP’ (2017년, 글 : 하종욱 마장뮤직앤픽처스 대표.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PDF 다운로드 : http://www.kocca.kr/n_content/vol03/vol03_05.pdf)

정보를 담고 있고 글이 미려하고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등록해 둔다. 이하는 참 안타까운… 현실.

“…이를 위한 통계, 조사, 연구, 대책, 지원이 부재한 한국의 여건도 ‘우리’를 외롭게 한다. 인켈, 태광, 아남, 롯데, 삼성, 금성 등 국산 턴테이블도 자취를 감춘 상황이라 경쟁력 있는 국산 LP 플레이어의 개발과 생산도 숙제로 남겨져 있다…”

 

2 thoughts on “새로운 LP 세상에 대하여

  1. 안녕하세요 Soondori님
    몇년 전부터 시작된 복고 열풍이 더 뜨거워 지고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시류에 LP가 주목을 받는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이 기회를 이용해서 한 몫 챙기려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룹 퀸을 주제로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히트를 친 이후로 퀸 LP 가격이 폭등하고 가수 양준일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한장에 1만원 정도 하던 그의 LP(그때 살껄ㅠㅠ)가 열배이상 뛰는 현실을 보고 있으면 처음 LP를 시작하던 때의 저를 말리고 싶습니다ㅋㅋ
    아날로그 매체로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기지만 가끔 아날로그에 정이 떨어지는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종종 디지털 음원이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다는 점에선 아날로그 보다 훨신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2. 안녕하세요?

    레베카에 엮인 과거사 콘텐츠가 있는 사람이라서… 역시 요즘 물건 유통은 뭔가… 콘텐츠에 엮이는 기폭제가 있어야…

    양준일 씨 LP가 10배 폭등을 했군요. 허~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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