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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빈티지 애호가의 사업장 내 청음실에서

글쓴이 : SOONDORI

마치 라디오를 옆에 끼고 일을 하는 것처럼, 일하다가 듣다가 듣다가 일하다가… 늦은 밤, 그런 환경을 만들어 놓으신 분의 공간을 방문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지인의 전화 한 통 때문에.

이하, 기기 중심으로 기록해 둠.

■ Sugden A48 II 인티앰프

1970년대에 소개된 영국 서그덴社 트랜지스터 앰프. 실물이 예쁘다.

■ DIY 앰프라고 하셨는데…

“식별 정보가 없는데… 누가 만들었습니까?” 어떤 럭스만 장전축 앰프를 살짝 개조, 업그레이드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만듦새가 훌륭했다. 다음 날 곱씹어 생각하니, 100프로짜리 DIY 기기인지 상용품의 변형인지는 반반 확률? DIY 기기라면 어떤 천재가 만드신 것.

■ Hartley 풀레인지 스피커

‘하틀리’. 이름은 익숙하지만 직접 만져본 것은 처음. Telefunken + Electrohome과의 어울림에서 대단히 신묘한 음을 들려주었더라.

(출처 및 글 : https://www.hartleyloudspeakers.com/now_available1.htm)

■ Electrohome 파워앰프

KT-66 출력관 사용. 엘렉트로홈은 1907년 Arthur Bell Pollock이 설립한 캐나다의 가전제품 회사. 한때는 ‘징공관’도 가전용 소자였으니까…

■ Telefunken 프리앰프

모델명 V37? 얼핏 보기에 Rack 장비로 쓰였던 것으로 추정하였고 당연한 말씀으로, 셀렌 정류기가 자주 쓰이던 시절의 기기.

* 관련 글 : 셀렌정류기, Selenium Rectifier

모노 프리앰프 + 모노 파워앰프의 조합 사용은 상당히 번거롭다. 전원 켜고, 켜고, 켜고, 켜고, 볼륨 맞추고, 맞추고. 뭐… 누구에게는 그런 것도 즐거움이려니 함.

함께 한 두 분은 자리를 떠나시고 이후 이어진 박** 대표 님과의 단독 대화에서,

○ 오디오 시스템 변경은, 짧은 인생에서 뇌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입력하고 끝내는 기기가 없어도 머릿속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정도의, 무아의 경지를 만드는 지난한 노력이자 가끔은 과거를 반추하는 수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다.

(명확한 동기와 철학이 있는 것이라면 바꿈질의 “~질”은 폄하의 느낌과 특히, 습관을 강조하는 것이므로 용어를 변경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

○ 더불어 (좋든 나쁘든) 절대적인 레퍼런스 시스템의 중요성에 공감, 한때는 인켈 제품 탐구를 하셨다는 이야기도.

○ 오디오에 담기는 음악, 콘텐츠, 기억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오디오를 소유하는데 집착하고 남기고 팔야야지에 골몰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하하~ 오디오 세상의 대면 어울림에 질색하는 자이지만 우연한 세 시간은 꽤 즐거웠다. 아마 대화 속에 공감과 편안함이 있어서 그러했던 듯하고…

“(책상 밑을 가르키며) 어? 햐~ 저 인켈이 여기 있네요!”
“가져가요. 선물로 줄께요. 깨끗해서 구해놓았던 것인데… (웃음)”

그렇게 ‘갖는 것’보다는 ‘잠시 쓰고 음과 음악을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의 은색 인켈 AD-400 한 대가 품 안으로. 소유에 집착해서 달라는 말씀은 아니었는데… 어떤 분의 추석맞이 깜짝 선물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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