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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71 블랙버드 정찰기에 대한 이야기

글쓴이 : SOONDORI

누가 봐도 날렵한 우주선처럼 생긴 검은색 비행기. 근 6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봐도 정말 독특한 비주얼이다. 비슷한 모양의 것, 비슷한 성능의 것, 그 이상의 용도로 쓰인 비행기가 있었는지?

SR-71은 록히드社(Rockheed, 1995년 마틴사와 합병하고 록히드-마틴으로 개명)의 Kelly Johson이… 무려 1960년대 초반에 설계했던 초고도 전략 정찰기로서 1950년대에 그가 설계했던 U-2 고고도 정찰기(상승고도 18Km, 속도 700Km/h)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극단의 설계 기준을 적용하였다.

(▲ 천재 설계자 켈리 존슨. 1910년~1990년. 뇌를 혹사했던 탓일까? 치매로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가…)

공기 마찰열 대응을 위한 티타늄 바디에, 상승 고도 26Km, 속도는 마하 3/3200km/h, 비행사와 RSO(Reconnaissance Systems Officer)로 불리는 정찰관제장교와 조종사 2인 탑승. 1964년 첫 시험비행 후 1968년 실전 투입되었다. 뭐… 실전이라는 게 별것 있나? 요격 미사일보다 더 빠르게 날면서 소련 영공을 마음껏 누비고 최대한 많은 사진을 찍어오는 것. (당시 소련은 대응 기술이나 수단이 없었다고 한다)

(▲ 공기역학적 설계. 최대한 많은 양의 공기가 맥동 없이 유입될 수 있도록, 속도와 외기 환경에 따라 Inlet Spike가 적당히 돌출/후퇴한다)

(▲ 최대 추력 133,440N(=약 2000마력)인 Pratt & Whitney J58 엔진. 중량 2.9톤. 두 개를 쓰니까 약 4천 마력에 5.8톤. 참고로 강원도행 전동식 화물기차의 구동 출력은 1만 마력, 탑재 디젤 발전기로 바퀴 모터를 돌리는 새마을호 기차는 6천 마력. 그에 비하면 너무 작다? 허공을 날기 때문에 큰 값. 출처 :https://www.nasa.gov/centers/dryden/pdf/88507main_H-2179.pdf)

(출처 : https://i.pinimg.com/originals/7b/7f/98/7b7f98d1e489fc96b3b87f9eea4ca79c.jpg)

우주선에 근접한 SR-71은 1980년 퇴역 전까지 그 진가를 여지없이 증명하였지만 인공위성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경제성이 떨어지기에 운용이 중단되었다.총 32대가 제작되었다고.

이쯤에서 빈티지 매니아의 눈에 걸리는 것은,

○ 마치 NASA 우주선의 설계 사례처럼 모든 것을 수작업으로 계산하였다는 사실. 설계자들이 기댈 수 있는 것은 아래 ‘프리덴 기계식 계산기’ 또는 조견 테이블 정도. 컴퓨터와 시뮬레이션 툴에 기대는 요즘의 개발 스타일을 생각하면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음.

(▲ 미국 Friden社의 STW-10 기계식 계산기. 출처 및 정보 열람 : https://americanhistory.si.edu/collections/search/object/nmah_690862)

○ 콕핏 안에 배치된 제어계들은 모두 아날로그 방식. 시작점이 1960년대 초반이므로 진공관식은 아닐 듯하고, 한편으로 오로지 반도체 소자나 IC만 이용한 全전자시스템이 사용되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럴 것이면 기계식 프리덴 계산기가 아니라 카시오 전자계산기를 쓰셨어야지요?” 물론 1950년대 U-2 정찰기는 진공관식.

○ 동체 형상 설계에도 아이디어가 숨어 있지만,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기 위해 페라이트 재질의 특수 코팅을 했다. AM 안테나에서 볼 수 있는 그 페라이트. 그래서 Black?

○ 무선 시스템은… 은밀히 이동해야 하므로 이륙 후 최대한 통신을 자제함.

[ 관련 글 ]
영화 Fury의 M4 Sherman 탱크 그리고 전자통신 시스템
North American P-51 머스탱의 전자통신 시스템

○ 그리고 독특한 관성항법 장치를 사용하였는데… 26Km 상공은 밑에 지구 대기가 보이고 위쪽은 별들이 반짝거리는 準 우주공간이다. 그래서 별들의 절대 위치를 기준점으로 삼는 NAS-14V2 Air Navigation Services 시스템을 사용한다. 고속 삼각법 연산 기능은 필수일 듯.

(▲ Astro-Window는 별빛이 들어가는 창문. Air Cooling이 강조되는 것은 내부 발열이 대단한 수준이기 때문인 듯. 출처 및 정보 열람 : NAS-14V2 ANS System)

이런 식 GPS 위성에 의존하지 않는 항법은 EMP 등 외란에 의해 위성이 무력화되는 것을 염려하는, GPS가 잘 돌아가는 현재형 군사 시스템에도 유효한 방법론이다.

(▲ 좌상단 Latitude 위도와 Longitude 경도만 알면… 대략 지구 위 좌표는 다 나온 것 아닌지?)

가만보니 새로운 기체의 개발뿐 아니라 準 우주공간을 상대로 하는 전자 솔루션의 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과업인데…

60년 전 세상을 상상해보면 마하 3, 시속 3000킬로미터를 넘어서는 속도로 슝~ 날아다니는 비행체를 만들었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뭐… 아폴로 11호 달 착륙이 1969년이니까 그 기술이 그 기술일까? 어쨌든 미국은 딴 나라 세상이었던 것.

그렇고… 1960년대의 ‘하늘 밑 맨땅’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 잭 클레어 킬비가 1957년 세계 최초 집적회로를 만들었다. 여기를 시작점으로 보고…

* 관련 글 : 잭 클레어 킬비가 처음 만든 집적회로, IC

– 1961년에 이후 ‘농어촌 라디오 보내기 운동’의 계기가 된 박정희 대통령의 금성사 공장 방문이 있었다. 우리집은 1970년대에 가서야 하얀 통에 원통 건전지 몇 개 집어 넣는, 게르마늄 트랜지스터를 쓰는 금성사 라디오를 쓰기 시작했으니…

– MBC 개국(1961년), 서울 FM(89.1Mhz) 개국(1965년)

– 미국의 베트남 전쟁(1955년~1975년)과 히피 문화에, 중국에서는 2P3라는, 자작형이라 돈을 아낄 수 있는 AM 라디오가 보급되었다. (아래 오른쪽은 Tecsum의 레트로 버전)

* 관련 글 : Tecsun 2P3 AM 라디오 키트, 중국인들의 ‘어제와 오늘’

– 미국 Moog社의 Modular Voltage-Controlled Subtractive Synthesizer가 소개된 시절, John Linsley Hood의 1969년형 A 클래스 앰프가 소개된 시절이고 세계 최초 워드프로세서를 만든 Evelyn Berezin이 1969년에 개발 회사를 설립하였다.

– John V. Blankenbaker가 만든, 세계 최초 개인용 컴퓨터 KENBAK-1가 소개된 시점은 1970년. 그것을 시기의 종점으로 보면, 이후는 점점… 요즘도 흔히 볼 수 있는 빈티지 오디오 세상으로 간다.

* 관려 글 : 개인용 컴퓨터의 조상 KENBAK-1, 그리고 IBM PC와 사운드

아무려나 하늘만큼 땅만큼 큰 격차를 가진 고강한 산업용, 군사용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오디오는 시대 기술의 아주 작은 단편일뿐이다. “DIYer로서, 그것도 많이 어려운데 아날로그 스타일 SR-71은 어찌 만드신 것인지요?” (표제부 사진 출처 : https://www.reddit.com/r/pics/comments/9npix2/the_sr71_blackbird_which_had_a_typical_cruising/)

 

4 thoughts on “SR-71 블랙버드 정찰기에 대한 이야기

  1. 30년 도 더 된 이야기 이지만 ..
    SR-71이 한반도 상공을 정찰 비행 하면..
    방공 관제사 들이 SR-71의 항적을 추적 하느라 난리가 났었죠..
    워낙 빠르니..

    1.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습니까?

      아하! Paul Lee 님께서는 그 시절에 직접/간접적으로 경험을 하셨겠네요.

      글을 쓰면서… 구식 캬브레이터 엔진을 달고 부가티베이런을 훌쩍 초과하는 속도로 달리는, 체구가 뻥튀기된 KIA 프라이드 자동차를 상상해보았습니다.

      ^^

      참 대단하네요. 그 시절의 원천기술이라는 게.

  2. “정말 유효한 기술, Flywheel 배터리” 보러 갔다가 여기 SR-71 까지 넘어왔네요

    그리고

    “INLET SPIKE” 가 가변이라는 것은 처음 알고 갑니다.
    (가변익을 생각하면 같은 이야긴데..)

    감사합니다.

    1. 안녕하세요?

      빈티지 오디오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지만, 옆길로 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찌 보면 혼자 놀기의 글에 불과할 것을… 이렇듯 진지하게 읽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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