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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TV에서 다른 무엇으로.

글쓴이 : SOONDORI

플리커(Flicker)는 기본! 불통에 지붕 위에 올라가야 했고 아주 가끔 떨어지기도 했던 아날로그 흑백이 아날로그 컬러로, 4:3이 16:9가 되고, 디지털에 HD, UHD, 4K, 이런저런 치장의 단어가 붙으면서… 민망하게 배우의 코털을 봐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막연하게 기억하기로 2000년대에 어느 날, 빨간색 브라운관 TV의 위쪽? 또는 옆쪽? 아무튼 ‘YOU’를 붙인 미국 회사를, 그리 익숙하지도 않았던 Google이라는 또 다른 미국 회사가 인수했다는, 생뚱맞은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브라운관 TV 형상이 사라지고 그것이 얼렁뚱땅 흔한 Play 버튼으로 바뀌었더라.

“멀리서 본다”의 상징물, 브라운관 TV의 의미는 퇴색되고 이제 “클릭해서 본다”이거나 “아무 때나 재생해서 본다”가 되었다는 것인데…

언젠가는 마우스나 손가락은 물론, 초고속 인터넷과 모바일과 충만한 개인주의 바탕에서 밑바닥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틀로 자리한 너튜브의 존재감에 착안하여 투표용지 한 장을 그려 넣을 수도 있겠다?

“개념의 유인에서조차 브라운관 TV가 사라진 사례”

누가 기억이나 하는지? 그렇다고 감성과 기억 속에서 완벽히 제거된 것은 아님. 예를 들어, 몇 백 년 짧은 역사에 늘 갈증을 느끼는 미국인들은 플라스틱 쪼가리에 돈을 쓴다. 왜냐하면 그곳에 TV가 만들어 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담겨 있으니까.

(▲ 12 달러. “…Vintage Barbie Leisure Hours TV Tan Brown Television Tlc (Sl)…” 뭐라고 하시는지? 누구세요? 출처 : https://picclick.com/Vintage-Barbie-Leisure-Hours-Tv-Tan-Brown-Television-265392146169.html)

(▲ 10 달러. “…Vintage Little People Sesame Street Brown Television TV, with Grover…”. 쎄서미 스트릿은 익숙하니까 이해됨. 출처 : https://picclick.com/Vintage-Little-People-Sesame-Street-Brown-Television-393916101155.html)

대한민국 어른들의 상황은 어떠할까?

단품 마징가 제트, 태권 브이는 기억하지만 ‘엄중히 훈련받은 어른스러움’에 전도되어 뭘 열심히 탐하지는 않고 그리하면 응당 작은 장난감 안 스티커 따위를 갈구할 리 없다고 보는데… 사실, 그런 놀잇감이 있었나 싶다.

어쨌든 TV 중심 문화 판도는 미국의 것과 크게 다르다. 그 배경은 시장 규모 때문이거나 실제 최초 발명자인 ‘필로 판스워스(Philo Farnsworth)’의 뒤통수를 친, 극도로 염치없는 양아치 RCA가 득세하며 돈을 벌고 그러면서 TV가 보급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단 한 번도 미국판 Pax Americana와 같은 호시절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6.25 동란을 겪은 세대보다는 덜 힘들었지만 여전히 삶이 그렇고 그랬으니까.

그리하여 TV에 관련된 추억이라는 게 아궁이 연탄불처럼 구멍이 숭숭~

더 기억을 더듬어 보면, 흐린 기억 속 친구들이 옆 동네 아가씨들과 빵집 단체 미팅을 했다고 단체로 불려나가서 대걸레 자루 부러지도록 맞았던 일이 있었다. 밥상 밑 가난함이 있던 시절이라 그중 몇은 분명 TV가 없는 집에 살고 있었을 텐데…

9시 땡! 대통령 동정부터 시작하던 단방향/국가 통제형 브라운관 TV가 쌍방향/개방형 유튜브 세상으로 전이된 이 즈음이었다면 큰 사단이 날 일. (표제부 사진은 구 소련 Elektronika Vl-100. 출처 : https://picclick.com/Rare-Vintage-Rare-Soviet-Ussr-Portable-B-174560459237.html#&gid=1&pi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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