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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의 역사를 만나다] 참소리음향, 홍광선

글쓴이 : SOONDORI

“앗? 목제 가구를 만들다 급히 나오셨나?” 첫인상은 그러했다. 그러니까… 너털웃음 가득한 목공방 장인 스타일.

이하는 간단히 인사를 나누자마자 곧바로 시작된, 참소리음향(원주시 소재) 홍광선 대표와의 대화.

■ (몇 마디 주고받은 후) 우리나라 오디오 엔지니어라는 게 힘들어요. 왜냐하면 영세하니까요.

○ 크게 대박이 날 일은 없다는 말씀이죠?

■ 네. 60년대, 70년대, 80년대까지는 괜찮았지요. 8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고, 많이 그만두셨습니다.

○ 그렇군요. (잠시 뜸을 들인 후) 지나간 시절의 이력을 간단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제가 58년 개띠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이쪽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인천 출신이고요. 인천은 항구 도시니까 문화가 좀 달랐습니다. 그곳에는 미군 부대가 있고 아무래도 항구이다 보니까 외국 문화가 빨리 들어오죠.

○ 아? 그렇습니까?

■ 서울보다도 인천 쪽이 빨랐습니다. 예를 들어 1970년대, 그곳에는 동전 뮤직박스가 있었으니까요.

○ (놀라움) 그… 영화 속에서 보는 그 주크박스요?

■ 그렇지요. 동인천 역 인근에 그런 게 있었어요. 독일제로… 오락실이 큰 게 있었어요. 버스 정류장 앞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10원짜리 동전 하나 집어넣고 음악 목록에서 좋아하는 곡을 골라서… 좋아하는 팝이 있잖습니까? 도너츠 판이 있어요. 그러면 로봇 팔이 가서 그것을 뽑아가지고 자동으로 틀어주고…

○ 그러면 1970년대의 문화적 환경 때문에 오디오에 눈을 뜨신 것이네요. 주크박스 아니, 코인 노래방 같은 시스템이 인천에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렇게 70년대를 보내시고… 그다음의 행보는요?

■ 강원도 인제에서 군생활을 했습니다. 거기 가면 죽는다는 그곳으로 갔습니다. (웃음) 통신 병과를 배치받았습니다.

○ 이후 통신 관련 일을 하게 되신 것이군요.

■ 네.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인천의 인켈전자라는 큰 대리점에 취직했습니다. 그러다가 선배가 또, <중앙음악방송>이라고… 1982년인가 83년인가에 유선방송이 생겼습니다. 케이블을 깔고 DJ 대신 음악을 틀어주는 곳이지요. 당구장, 다방, 그런 곳에서 전화하면 신청곡을 받아서 틀어주는 거예요. 아가씨들이 7명이 쭉 앉아 있었어요. 각자 가요, 팝, 재즈 등을 담당하고요. LP는 인천 방송국에서 천 장, 이천 장씩 빌려다가 쓰고 그랬습니다. 그곳에서 일을 했고요.

○ 1980년대부터 기술자로 일을 하신 것이군요.

■ 네. 이런저런 컨트롤 박스도 만들고 기술 지원도 해주고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잠시 청계천도 왔다 갔다 하고… 그때는 장사동 아시아 극장 뒤쪽으로 가면, 골목들이 쭉 연결되어 있잖아요? 어떤 곳 처마 밑에 조그마한 책상을 놓고 수리를 해주고 그랬습니다. 자릿세가 5만 원인데… 그 당시만 해도 인파가 엄청났습니다. 사람도 많고 소매치기도 많고. 그러니까 도둑놈 반, 형사 반이라고. (웃음) 공구 가방을 들고 인천에서 기차를 타고 가면요. 그곳에 찍새가 따로 있었지요. 그분들이 시골에서 고장 난 것을 수집해서 가져옵니다. 그러면 고쳐주는 것이지요. 수입품들… PX 품, 밀수로 들어온 것들을 포함해서 별 게 다 있었지요.

○ 아하! 그런 게 1980년대 청계천의 전형적인 모습이지요. 그리고 그런 조직이 따로 있었군요. 햐…

■ 한 건 당 2천 원을 건넵니다. 그분들은, 많이 하면 좋지요. 현금 거래이니까. 그 외 중소기업에서 일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관공서 사업으로 눈을 돌립니다. 예를 들어, 세관에 들어가면 특수 장비가 많아요. X-Ray 투시기라거나… 부산 세관에 히타치의 신 장비가 들어왔고 인천 세관은 부산 세관의 독일제 장비를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게 마침 고장이 나서… 고쳐드렸더니 아예 와서 일을  해달라고 하시더군요. 일종의 별정직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그게 1980년대 후반입니다.

○ 전속 기술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런 요청을 하셨던 것이군요.

■ 네. 그래 가지고 관세청 본청에서 아예 정식으로 취직을 해라 그러시더군요. 그런데 제가 안 갔습니다. 따로 명인기전이라는 회사를 만들어서… 수사 장비, 금속 탐지기, CCTV 카메라, 모니터 등을 관리했습니다.

○ 하셨던 일의 속성을 생각하면 오디오가 아니라 특수 전자장비를 다루신 것이네요. 센싱, 감지, 물리현상 등을 이용하는…

■ 오디오는 계속하면서 그랬던 것이죠. 전자 분야는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물론, 다 연결되어 있고요. 저는 마침 산업용 장비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던 것이죠. 오디오 엔지니어들을 보면 각자 자신만의 특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앰프를 만지는 것도 트랜지스터 전문, 진공관 전문 등. 저 같은 경우는 산업용을, 또 진공관부터 시작해서 두루 경험을 했습니다.

○ 그렇게 기술 발전의 궤적을 쭉 따라오셨다고 보면 되겠네요. 이후 시간이 지나서 참소리음향을 오픈하신 것이고요.

■ 참소리음향은… 제가 인천에 있을 때, 실용오디오(www.enjoyaudio.com) 운영자께 몇 가지 이름을 보여주고 어떤 게 좋겠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참소리음향’이 제일 좋다고 하셔서 정하게 되었습니다. (큰 웃음)

* 관련 글 : 국내 사이트 소개, 실용오디오

○ 네에? (큰 웃음) 그게 몇 년도인가요? 실용오디오는 2003년부터 운영하는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만.

■ <실용오디오>가 막 오픈하고 나서 몇 년 후였습니다.

○ 제 생각에 <실용오디오>는 인터넷과 오디오가 겹치는 영역의 반석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렇게 몇십 년을 개인적인 자원을 동원하며 운영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지요. 예를 들어 저는, 서버 관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서버 관리의 부담은 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 네. 제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든 게 2003년에 만든 것입니다.

○ 지금 홈페이지… 옛날 폼이더군요.

■ 네.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 직접이요? 그러면 언제 오픈하신 것입니까? 20년쯤 되었나요?

■ 네. 그 정도 됩니다. 원주로 이사 온 것은 6년쯤 전입니다. 아내가 아파서 요양차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웃음) 참소리음향으로 운영하기 전인 용산 시절, 청계천 시절을 합산하면 40년쯤 되었겠네요. 작업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는 것은 제가 처음 시도했습니다. (웃음)

○ 아! 참소리음향이 그렇게 오래된 곳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면 이제… 오디오 극상기를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정도로 나누어서 정의할 때, 산업계는 어떠했는지요?

■ 1970년대, 80년대의 국내 산업은 괜찮은 편이었지요. 그런데 솔찍히 제품 자체의 질은 별로 좋지 않았어요. 사실상 기술이 좀 떨어져 있었으니까요. 초기에는 일본 것을 가져다가 복사하다시피 했으니까 그런데, 이후 자립을 하려니까 뭔가 부족한 거예요. 그래도 나름 뜻이 있는 분들이 모여서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내신 것이죠. 기업이 수출도 하고 모든 게 활성화되어 아웃소싱 업체도 많이 생기고… 그래도 실제로는 기술이 좀 부족했습니다. 왜냐하면… 전문적인 교재가 있어요 뭐가 있어요. 없어요. 대다수 엔지니어들이 거의 독학 수준이죠. 저도 세운서적에서 책을 사서 도면을 보고 제작도 해보고 독학하면서…

○ 그 당시 <세운서적>은 독보적인 콘텐츠 제공 루트였다고 들었습니다. 거기 아니면 뭘 구할 수 없었던… 관련된 질문으로서, 아마추어 DIYer로 몇 번 기기를 다뤄보면서 품질 관리에 문제가 있는 태광 에로이카 제품을 만나게 됩니다. 인켈과 대비가 되는데요. 거기는 왜 그렇게 오류가 많았을까요?

■ 네…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하청 주고 조합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누가 잘한다고 하면 그쪽으로 주고… 해태전자도 있고, 그 외 중소기업들이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중소기업으로 스트라우트가 있습니다. 튜너라든가 그런 게 괜찮아요. 그 당시 제 친구가 생산라인에서 왕초로 있었습니다. (웃음)

○ 아하! 성함이… 그러면 서음전자 기기에 그분의 검사 도장이 찍혀있겠습니다?

■ 맞습니다. 이*우라고… (웃음) 그 친구는 회사가 없어질 때까지 열심히 일을 했고…

○ 그렇군요. 저는 서음전자 엄익정 대표의 활동에 대해서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어디에서도 그 분 사진을 볼 수가 없습니다. 노출을 꺼려했던 분이셨나 봅니다. 그분이 본래 무역에 관해서 굉장히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셨다고 들었습니다.

■ 그렇지요. 그때 뛰어난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 수출되었던 4120 튜너를 들여와서 잘 쓰고 있습니다. 그런 기기는 성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존재 가치가 더 중하다고 생각하지요.

■ 네. 지금도 가끔 들어오면 고쳐드리고 그렇습니다. 이런 분들이 가져오십니다. “저희 아버님께서 쓰셨던 것인데 비용 불문하고 꼭 원래 상태로 만들어 주세요”라는… 그렇게 많이 가져오세요.

* 관련 글 : 서음전자 ST-4120 아날로그 튜너 (1), 참 예쁘다

○ 요즘은 빈티지 사양기라고 하겠습니다. 디지털이 득세하는 추세에서… 관리 수요는 어떻습니까?

■ 예전에, 빈티지는 집 한 채 값이라서… 사실 아무나 못 듣는 기기였습니다. 예전 것이 질감이나 그런 면에서 우수합니다. 지금 현재 나오는 것은 보편화되고, 중국 제조를 포함하는 대량 생산 위주라서 아무래도 예전 것만 못하고 특히, SMT 치고 그래서… 1회용이라고 보면 됩니다. 수리 자체가 안 됩니다.

○ 1980년대 이후 관리를 원하는 분들의 수가 줄었겠지요?

■ 네. 많이 줄었죠. 돌아가시기도 하고… 젊은 분들은 디지털 세대로 접어들면서 아날로그 쪽은 잘 모르고 또 아날로그는 비싸다는 생각에, 소리 좋다는 말은 들었고 실제로 좋기는 한데… 가끔 젊은 분들이 오세요. 그러다가 아날로그에 푹 빠지시는데, 사실 그분들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는 넉넉하지 않잖습니까? 그런 데서 생기는 괴리라는 게 있어요. 내가 꼭 저것을 사겠다 하고 사진을 찍어가는 분도 계세요.

명품 반열에 오른 기기들은 계속 살아남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100년 가까이 된 진공관 앰프는 보수만 잘 해주면 잘 돌아가거든요. 트랜지스터 식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보시면 페놀, 에폭시 기판에 부품을 얹는 구조이죠? 예전에는 그것을 하드 와이어링을 했지만 요즘에는 자동 땜을 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시간이 지나면 삭습니다. 그리고 부품 수가 많으니까… 흔히 오버-홀을 말하지만 100% 모두 다 교환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리적인 게 아니라 비용 대 효익 관점의 말씀으로 이해)

그리고 부품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청계천에서 구할 게 하나도 없습니다. 대부분 수입인데 가짜도 많이 돌아다니고… 저도 계속 들여오는데 부품의 질이 아주 들쑥날쑥에, 어떤 경우는 가격이 10만 원 이상 차이가 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세트나 묶음으로 사야 하니까… 예전에 청계천에서 500원이었던 게 몇만 원을 지불해야 하고, 묶음으로 사야 하니까 몇십만 원씩 나가기 십상이죠. 게다가 품질이 떨어진다면… 어떤 경우는 도저히 안 되니까 버리기도 합니다.

○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빈티지 기기에 일정한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라는 명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얼마를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룰이라는 게 있을까요? 말씀은… 국내 시장에서 통용되는 묵시적인 기준이라는 게 있습니까?

■ 아… 천차만별입니다. 기준이 없습니다. 어떤 집은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고…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잘 살아요. (웃음) 한편으로 정상가 이하로 수리하는 경우는 대부분 엉터리입니다.

○ 대표적인 표준 기기, 인켈 TD-2010 튜너가 있다고 가정하고 오버-홀을 한다면요?

■ 인건비가 기본 15만 원은 나와줘야 해요.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죠? 그래서 국산품은 아예 안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 죽기에 딱 맞지요.

○ 어떤 곳의 게시판에서 자신의 기기를 (예)5만 원에 샀는데 내가 왜 5만 원 또는 그 이상을 지출해야 합니까 하고 항변성 글을 쓴 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판단합니다만…

■ (웃음) 그 사람 나름대로, 당연한 생각이 있는 것이죠.

○ 소리를 살 것인지 기기를 살 것인지를 먼저 결정한 다음, 소리를 사겠다고 판단했다면 관리 대가를 더 지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인켈 TD-2010을 가지고 생각하면…

■ 뭘 하고 어쩌고… 3일 정도 걸려요. 저기를 보시면… 그 마란츠 2325를 오버-홀 개념으로 수리하면 보통 **만 원 정도입니다. 엉터리로 수리해서 돌아다니는 게… 겨우 살아만 있게 만든 다음에… 심지어 저도 사기를 당합니다. 저기 보시는 것처럼… 기기가 똑같은 게 있는데요. 기판을 고의로 다 망가뜨려서, 내가 아니면 아무도 못 하게 망가뜨린 것이죠.

○ 네에? 일부러 망가뜨려요? 너무 하네요.

■ 소위 거래 분쟁이라는 게 있지요? 소비자하고 엔지니어 하고. (잠시 뜸을 들인 후) 인천에 있을 때, 청음실이 있었습니다. 손님들 오셔서 구경하고 음악 들으며 즐기고… 전시해놓은 제품이 있잖습니까? 바늘 하나에 100만 원 짜리도 있어요. 어느 날 보면, 바늘이 휘어져 있고, 어떤 날은 진공관이 허혛게 변해서… 깨뜨린 것이죠.

○ 아무렇게나 꽂았군요. 아하! 왜 남의 물건을…

■ Knob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맥킨토시 Knob은 구하기 어렵지요. 신품 프론트 패널 글래스를 몰래 가져가는 사람도 있고. 관리 위탁을 받았는데 패널이 사라져서, 어쩔 수 없이 똑같은 기기를, 더 좋은 것을 사서 대체한 적도 있습니다. 사후에 그 분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네. 이후로 저를 신뢰하시고 계속 거래를 하십니다. 아무튼, 별 사람이 다 있습니다. 예전에는 정도 있고… 동호회 모임을 한다면 100명도 오고 그랬는데, 집에 와서 같이 듣자, 조언을 해달라, 그런 식의 교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좀 달라졌습니다.

○ 과거에는 진지한 정보 공유, 오디오 동지 의식 같은 게 있었군요.

■ 네. 좋은 게 많았어요.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 CD를 가져와서 들어보라고 하고… 각자 알고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그랬습니다.

○ 원주는 조건이 좋지 않습니까? 조용하고요.

■ 강원도에 오디오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죠. 전파사를 했던 분들은 계시겠지만. 캐나다, 미국에서 의뢰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곳에 비해 전체 비용이 저렴하니까요. 엔지니어 비용은 더 싸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것은… 조선시대 사농공상 의식이 있지 않습니까? (웃음)

○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빈티지 기기 수가 줄어들되 관리할 분이 더 빨리 줄어든다면 인건비 단가는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 몇몇 사람들은 올라갔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받는 것의 두 배 이상을 받기도 해요. 그러면서 내가 최고다라고 하는데 사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인터넷에 광고도 하고…

○ 아? 그런 키워드 광고도 합니까? (웃음) 아? 김도범 대표라고… 아시죠? 경기도 포천에 있는 어떤 사람이 김도범 대표의 수리 기록 콘텐츠를 무단히 가져가서 자기가 한 것처럼 올렸다고, 김도범 대표가 증거를 나열하면서 클레임을 제기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유와 배경을 불문하고 극히 불량한 행태라고 생각했었고요.

■ 그런 경우는… 아마 제가 제일 처음 당했을 것입니다. 와싸다닷컴 변원근 대표를 알고 있습니다. 지인이죠. 아남 내셔날, 대우전자가 망했을 무렵, 공장 재고품을 대량으로 사서 창고에 쌓아 놓았습니다. 본인 유통 망을 통해서 팔다가 훗날 와싸다닷컴을 만들었습니다. 수시로 상태 점검을 의뢰받았고… 그 과정에서 아남 내셔날 출신의 누구를 소개받고, “사정되는 한도에서 그분에게 도움을 좀 주십시오”하는 부탁을 받았지요. 부천의 테크노전자 대표와 저, 둘이 그렇게 했습니다만, 그 친구가 내 홈페이지의 글과 사진을 그대로 복사를 해가지고… (이후 대화는 생략)

○ 왜 표준 인력 비용 단가가 없을까요? 산업 분야에서 늘 시도하는 일인데요.

■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은… 제가 해보려고 했습니다만, 그게 안 됩니다. 네. 엔지니어 특성상 안됩니다. 다 따로입니다. 다 따로. 서로 최고라고 큰소리치고… (어찌하다가 화제가 전환됨) <청계천 황 기사> 아시죠? 70대인 선배는 한 움큼의 약을 먹어가며 지금도 일을 하고 계시는데… 청계천을 가보니 이제는 밥 먹을 곳도 없고…

○ 네. 저도 가끔 가면, 동해루에 가서 옛날 짜장을 먹고요. 몇 년 전에는 마지막 보루 같은, 샌드위치를 파는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네. 다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독일 쪽에서는 누구든, 뭘하든 장인 취급을 받는데요.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기술자의 역무를 기술 가치로 평가하지 않고, 시간당 품을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부품을 교환했는가 아닌가를 가지고 평가하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휴식)

○ 오디오 극상기를 경험하지 못 한 사람에게, “그때는 그랬습니다”라고 말해 주실 어떤 에피소드는 없을까요? 기억나시는 것은요?

■ 글쎄요. 갑자기… 우리나라에도 좋은 엔지니어가 많습니다. KTS의 김태성 대표는 최고의 장인으로 인정을 받지요. 만듦새를 보면… 처음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지냈습니다. 지금 잘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모든 것을 다 직접 처리하니까요.

○ 한상응 대표는 어떻습니다. 오로라 사운드.

■ 결국 우리나라가 자작파 쪽으로 돌아가는 것이거든요. 예전 대기업들이 없어진 후, 소규모 공방으로 풀어나가는 것이지요.

○ 네. 대기업 제품을 설계했거나 활동했던 분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는 말씀이지요? 트랜지스터 쪽은 어떻습니까?

■ AI 사운드 정효상 대표, 에프릴 뮤직도 있고…

○ 마샬전자음향 박병윤 선생님이 계시고 리비도 하이파이 최재웅 대표도…

[ 관련 글 ]
[오디오의 역사를 만나다] 고려전자 마샬, 박병윤 (1)
[오디오의 역사를 만나다] 리비도 하이파이, 최재웅

■ 요즘에 서병익 오디오는 꾸준히 잘하고 있고요.

○ 그분이 만든 모델은, 일단 디자인이 예쁩니다.

■ 네. 구음공방도 있고… 그런데 그렇게 정성껏 제작을 해서 작품을 만들겠다고 의도하지만, 수출 나갈 정도까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잖습니까? 시장이… 욕구와 현실이 너무 다릅니다. 저도 뭘 해보려고 해도… 수리를 하다 보니까 짬을 낼 수가 없습니다. 한때 김태성 대표와 뭘 해보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DH 사운드도 있고… 대표적인 분으로, 다니엘 전자 이광수 대표는 젊었을 때 엄청나게 이름을 날렸잖아요? 지금은 젊은 분들에게 물려준 것으로 압니다. 제가 제작자보다 더 많은 수의 그쪽 기기를 고쳐주었을 것 같아요. (웃음)

○ 공방 제품의 회로도는 공개되어 있습니까?

■ 그런 정보 공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수입품 중 제대로 만든 것은 필요하죠.

○ 오디오퍼브 볼로그 사이트에 전화번호를 적어 놓았더니 밤 11시에 전화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 외 몇 가지 에피소드가… 그래서 삭제했습니다.

■ 100명 중에 한 두 명은 꼭 그런 분이 있어요. 술을 마시거나… (달관의 웃음)

○ 대한민국 안에서 생산한 제품이 많이 있었고 또 많이 수출되었습니다. 이제까지 남아 있던 것이 아프리카, 베트남 등 다른 나라로 나갑니다. 한쪽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수입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국내 오디오 수량은…

■ 아까 정선에서, 오디오를 폐기하려는데 받아줄 거냐라고 어떤 아주머니에게서 전화가 왔었잖아요? (도심과 달리 시골에서는, 폐기물 딱지를 붙여봐야 가져갈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음) 가져오시면 받아주죠. 예전에는 1톤 트럭이 있어서 모아 두었던 것을 인천항 쪽으로 가져가면 그게 아프리카로 나갑니다. 예를 들어 검은 얼굴의 친구들이 8톤 트럭 만큼을 사면 1톤 트럭 만큼을 더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웃음) 이제 국산도 찾기 힘들게 됩니다. 

○ 네. 국산 오디오를 장기 보관하면 그 가치는 무조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데 의견은 어떠십니까?

■ 그렇죠. 가능합니다.  국산도 깨끗하고 괜찮은 게 많아요. 너무 많이 빠져나가서… 지금이라도 가치 있게 모아 놓으면 앞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오디오 쪽으로 다시 부흥하게 된다면… 

(이후 이런저런 마무리 대화를 진행하고 종료)

성격 그대로? 원주 작업장은 잘 정리되어 있다. 특히, 벽에 걸린 그림과 작업장의 어울림이 좋다. 빨간색 상의에, 기타 모습에, 다분히 미학적인 감성이 충만한 분이라는 생각을 해보았고… 나오는 길, 출구에 있는 R-코어 트랜스포머가 눈에 들어온다. 아하! 안빈낙도, 즐거운 빈티지 오디오 세상에서는 이런 것을 문 받침대로 쓸 수도 있다는…

홈페이지 URL : www.audioas.co.kr
위치 : 원주시 소초면 치악로 2384

 

4 thoughts on “[오디오의 역사를 만나다] 참소리음향, 홍광선

  1. 안녕하세요 Soondori님
    오랜만에 댓글 남기네요ㅎ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숨은 명인이 많이 계시는군요. 마지막에서 두번째 사진에 탐나는 리시버가 있네요^^
    케이스가 나무로 된 기기들이 더 매력적인 이유는 뭘까요? 자연을 동경하는 무의식 때문일까요?ㅎㅎ

    1. 잘 지내시는지요?

      모든 불순물이 다 제거된, 단순한 셀룰로오즈 덩어리인 나무는 공학적으로 매우 우수한 소재입니다. 나무가 아니라 구조 소재로서… 원숭이가 위험을 피해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수만 년 동안 보호의 수단이었기 때문에… 사람이 빨간색을 보면 긴장하는 것처럼, 노란색에 대한 사람의 인식 반응이 특별한 것처럼, 그게… 머리 속에 깊히 각인되어 있는 물체가 아닌가 싶네요.

      오디오가 나올 무렵, 나무 밖에는 하우징을 만들 방법이 없었습니다. 플라스틱의 원조인 베이클라이트는 한참 뒤에 나왔고… 아무튼 목재 확용은 인간 심리에 내재된 속성과 부합이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저도 목재가 들어간, 우드 케이스 안에 들어간 오디오가 고급스럽고 느낌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스우드(www.voicewood.com)와 같은 곳에서 주문형으로 제작을 해주니까… 갖고 있는 오디오에 시각적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생각해보셔요. 또는, 인터넷에 원격으로 목재 구매와 재단을 해주는 곳이 많이 있으니 아주 쉽게 DIY를 할 수도 있습니다. 본드 접착 정도로 가볍게, 자신만의 것을 직접 만들어보는, 가필의 의미가 큰…

      그나저나 그 탐나는 리시버는 무엇입니까?

      우선, Grundig이 보이고 그 오른쪽 옆에 진공관식 목제 튜너가 보이고 아래쪽에는 Pioneer류의 일제 리시버가 있고… 급히, 대충 찍은 사진이라 미처 무엇이 있는지 확인을 못 했답니다. 하하~

  2. 답글 감사합니다☺️
    시디 플레이어 밑에 있는 큼지막한 파이오니아? 리시버가 탐나네요ㅎㅎ
    언젠가 잠깐 마란츠(였던 것 같습니다)의 큼지막한 리시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참 소리가 깊더군요. 이후에 찾아보았더니 깜짝놀랄 가격이여서 포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ㅎㅎ

    1. “소리가 깊다”

      네. 구형/대형 마란츠 기기의 음색에 대한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상태 좋은 것은 비쌀 것입니다. 기본은 튜너와 앰프가 조합된 기기이고 플러스 알파의 가치에, 희소성이 가미되어 있으니까요. ㄱ,런데 정말 잘 보고 골라야 합니다. 하하… 제가 지금 머리속에서 상상하고 있는 그런 부류의 기기가 맞다면요. 그리고…

      저~ 밑에 있는 기기는 셔우드 제품 같기도 하고요? 아니면 정말 파이오이어 제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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