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오프라인 상점에 들렀을 때의 경험담입니다.

그분이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 하는 아들의 회로 제작을 도와주려고, 전자의 '전'과 전기의 '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섬주섬 어떤 부품을 찾고 계셨습니다.

정말 난감한 상황으로 보였기에 가볍게 말을 건네고 이것저것 빠르게 선정해 드렸고... 고맙다며 어쩔 줄 몰라하십니다?

그런데 그 공식 교재라는 것이,

헛! 정말 한심하더군요. TTL IC의 논리 회로가 어쩌고 저쩌고, 하이 로우가 어쩌고 저쩌고... 논리 회로의 기초 학습은 필요하죠. 그러나 빠르게 변해가는 요즘 세상의 눈으로 보면, 그것이 반년을 매달리며 공부할 소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달라졌으니까요. 논리 회로를 집중 공부한다고 해서 갑자기 머리가 좋아지거나 갑자기 사고가 트이거나 갑자기 앞으로 살 세상이 달라지 않습니다. 학생의 직업과 인생이 달라질 이유도 없고요.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현재와 미래의 국면에서는 차라리 아두이노 보드에서 한 줄 코딩을 배우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저쪽 아날로그 소자를 다루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잘 해야 며칠 개념 소개를 하면 그만일 것을...

책의 기술 방식도 상당히 고답적이었습니다. 억지로 쓴 것 같은, 말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채프터 가중치 배분이 잘 안 된 것 같은 매우 답답한 교재. 대학생 몇 년차 정도가 되어야 알아 먹을 것 같은?

"왜 이런 올드 스타일 책을 교재로 선정했을까?" 갸우뚱 하며 넘어가려는데...

그런 것 공부하는데 정말로 관심이 없는 아들을 교사가 핍박했다고 해요. 모르니까 핍박한다? 모르니까 공부를 하는 입장인 학생에게? 학생이 망나니가 아닌 이상은... 물론, 아니라고 하더군요.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교재의 풀어쓰기 수준으로 보건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조건으로... 한때 배운 것을 가지고 인생 울궈먹기를 하고 있다는, 시니컬한 성격에서 비롯된 심리적 발작을 하게 되었지요. 울트라 초고속 충전기가 뇌에 꽂힌 것과 같은 연상에... 중학교 때 심심하면 반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내몰고 원산폭격, 김밥 말이를 시켰던, 그 미친 개와 같았던 한자 선생도 떠오르고...

아무튼, 사유 불문하고 적성이 안 맞아서 고민 중인 또는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는 학생에게 보일 태도는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분에게는, "적성이 달라서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절대로 본인은 물론,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마세요"라고 했고요.

가끔 대학이나 대학 비스무리한 곳에서 어떤 상황을 접하게 되는데, 산업계나 작금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가지고, 교수/교사/강사-학생의 상하 관계에서 어깨와 목에 힘주는 자들을 보게 됩니다. 그래요. 그런 행태는 열심히 하는 분들까지 싸잡아 욕 먹이는 짓이니 나쁜 효과가 두 배. 그래서 일본 말처럼 들리는 사투리, 인생 하빠리'만 남게 됩니다.

이제까지의 경험으로는, 정말 많이 아는 사람은 어떤 질문을 해도 항상 친절합니다. 아니어도 일단은, 목에 힘을 주지 않습니다. 교사, 교수, 선생님은 본래 그런 속성을 가진 직업이죠?  감내해야 하는 그분들만의 스트레스가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