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교체와 음질의 관계를 말씀하시니 갑자기 드는 생각이 내부 선재를 모두 교체하면 소리가 더 좋아질까…? 라는 궁금증이 듭니다"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종종 해봤고 그것에 기초한 몇 말씀을 적자면요.

○ 유용론, 불용론... 영원히 끝나지 않을 논쟁거리죠? 선재 예찬론자의 말씀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글쎄요? <선재>라는 좀 포괄적인 단어와 <연결 케이블>, <각종 접속재>, <커넥터/단자/PIN> 등 구성품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대화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예전에요.

○ 제 글에도 여러 번 적었지만, 저는 <수십 미터 이내 전선의 교체의 실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전선이 어딘가에 맞닿는 곳에서 금속-금속의 상호작용에 의한 불량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선제적인 조치를 해주는 것이 좋다거나 조금 더 좋은 접속 방법이나 접속재를 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은 합니다. 또... 그런 관점에서 금속물 덩어리인 전선을 바꾸면서 생기는 음의 변화라는 것이 개선이라기 보다는... 나빴던 직전 상태를 (예) 쌩~쌩 돌아가던 공장 초기상태로 원복하는 것을 넘어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50오움 임피던스, 300오움 임피던스 케이블 교체와 같은 특수한 조건 변화는 예외로 하고요)

○ 저는 원형성 유지를 우선시하는 취향이고... 그래도 뭔가를 심각하게 조치를 하려면 아예 내부 케이블을 모두 땜해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냥 단순한 논리로, 전선을 바꾸지 않고 어떻게든 접촉부의 상태를 보강하자는 취지입니다. 물론  고장이 나면 힘들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무튼, 회로의 마디를 끊어가는 것은 사실... 조립 공정 때문에 소켓을 쓰거나 단자를 쓰게 되는, 그러니까 제조사 입장의 방법론이 아닐까싶네요?

○ 빈티지 기기에서, (예)출력 포인트~스피터 터미널까지 전선, 입력라인의 전선을 비싼 것으로 교체할 때와 100원짜리 노후 부품 하나를 교환할 때, 체감 효과는 후자가 명확하고 또 확실히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고...

○ 인켈 AK-650는 다른 어떤... 하이엔드를 운운하던 고강한(?) 앰프처럼 커넥터를 쓰지 않습니다. 1) 핀에 돼지꼬리를 돌돌 말아 놓는 Wire Wrapping 도구를 써서 혹은 2) 단자에 전선 몇 번 감고 땜하는 방법, 두 가지를 섞어쓰고 있는데요.

* 다음 글의 맨끝에 도구 사진이...

http://audiopub.co.kr/2020/09/11/%ec%9d%b8%ec%bc%88-tk-600-%ec%95%84%eb%82%a0%eb%a1%9c%ea%b7%b8-%ed%8a%9c%eb%84%88-11-%eb%b2%88%ec%99%b8-%ea%b8%b0%eb%a1%9d/

땜과 돼지꼬리 중 어떤 것이 더 좋다는 단정을 못 내리겠습니다만, 적어도 커넥터를 쓰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방법론이라 생각합니다. 네... 보시면... 단자와 여러번 감긴 선 사이 접촉 면적이 꽤 넓은 것이고 그래서 접점 불량이 생길 가능성이 낮습니다. 찜찜하면 WD-40 약간을... 네... 반 수작업으로 만든 앰프인지라 절대 커넥터를 쓰지 않고 어떤 관점에서는 거의 대부분을 땜으로 처리하는 빈티지/엔틱급 진공관의 배선 방법론을 추종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뭐... 인켈이 심각하게 의도한 것은 아니고 당시 제작 기술이 그랬던 것이지요만. 해서 나이먹은 빈티지가 요즘 것조다 더 튼튼하고 좋습니다. ^^

말이 자꾸 옆길로... 제 의견은,

1) 전선 교환의 실익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이라는 기본 생각에
2) AK-650의 배선 방법론이 충분히 좋다는 생각을 더하고
3) 상당히 많은 곳의 배선을 들어내야 한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4) 현재 그대로, 주기적인 DIY 관리를 하면서 쓰는 게 가장 합리적이다.
5) 단자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어주는 것, 접속하는 연결 케이블의 접속부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어 주는 것, 가끔 WD-40을 휴지에 묻혀 RCA 단자를닦아주는 것 등... 어딘지는 모르지만 금속-금속 접촉부 저항을 개선하는 것은 충분히 유효하다.

입니다.

참고로 멀티미터 저항모드 0오움은 절대 0.000...0오움이 아닙니다. 0.0000...1오움을 측정하는 접촉면 저항계가 따로 있습니다. 따지면 각양각색 PCB 패턴도 전선이나 다름없습니다. 입력 쉴드선보다 더 중요하죠. 어떤 글을 읽어보니까 NASA가 대단한 전선을 쓰는 것도 아니더군요. 그만큼 <금속 접촉>이 <전선 교환>보다는 크리티컬한 이슈인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