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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꿈만 꾸다 죽는 세상의 TiCOM-2 시스템, Made in Korea

글쓴이 : SOONDORI

“고맙습니다” 아래는 2024년 1월 15일, 김형용 님께서 탐색의 단서를 제공해 주신 국산 주전산기 시스템. 가만 생각하니… 1990년대의 어느 날, 이런저런 경로의 기사를 접했던 내용으로,

몇천억을 썼고 몇천 명이 달라붙어서 일했는데, 전체를 One Day로 축약했더니 남는 게 없었다는 혹자의 말이나 평가, 어떤 기사는… 실로 ‘과정으로의 가치’나 ‘그 과정의 노고’, ‘빈번했을 것으로 예상하는 적대적 끌어내림’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 엔지니어링 이외의 협잡이나 예산 누수가 있었겠지만, 그리고 말미에 흐지부지되었다고 한들, “자체 개발을 시도했다”는 팩트 하나만큼은,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다.

그렇고…

“타이거 컴퓨터? 중국제여?” 우선, 이름은 다분히 작위적이고 많이 어색하다. 88 올림픽의 호돌이를 염두에 두고 작명했다는 설이 있고… 애둘러 Tightly Coupled Multiprocess라고 풀어쓰기 하시면, 그게 더 이상하다.  그것만으로도 관 주도형 사업의 허술한 모습이 살짝.

○ 1단계 개발 : 1984년에 시작, 시스템 보급을 포함하여 1991년까지 진행. 데이콤에게 외주. 미국 토럴런트 시스템즈(Tolerant Systems Inc.*)의 이터니티(Eternity) 시스템(=당시 신생기업이었는지라 참고자료 전무) 차용. 개발이라기보다는 남의 것을 가져와 뭘 했다고 한 것.

* 1983년, 인텔 출신자 두 명이 설립한 회사라고 함. 대용량 자료를 다루는 유/무형 DBMS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 사례로 보고… 훗날 시만텍 인수를 거쳐 현재의 거대 기업 베리타스(Veritas)로 변신.과거 이름에, Tolerant Systems라고도 하고 테크놀로지를 붙이기도 하고. 대한민국에서 크게 한탕을 한 게 성장의 디딤돌이 되었을까? “아무리 그래도… 요정집이라도 갔능가? 꼴랑 1~2년짜리에게 대한민국을 맡겼단 말여?”

(▲ 먹튀 토롤런트사가 대한민국에 시스템을 판매하고 즉시 절품. 그런 회사를 믿고 주민등록 전산화를 포함하는 행정전산망 사업을 추진했다고 하니, 포악한 메이저 제작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좀… 막연하게 납품 비리가 상상된다. 또한… 그때는 그렇다 치고, 21세기에는 왜 행정전산망이 오작동한 것인지? 동영상 열람 : https://imnews.imbc.com/replay/1994/nwdesk/article/1931976_30690.html)

○ 2단계 개발 : 1987년 6월 1일부터 시작. 대한민국에서 크게 한탕을 한 게 성장의 디딤돌이 되었을까? (ETRI) 주도. 그러고는 1991년 11월 8일에, 전면 커버를 잠시 떼어낸 표제부 사진의 시스템이 공개된다. 1987년형 미국 DEC VAX-8800를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하시는데,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감.

연산속도 80MIPS, 메인 보드당 모토롤라 MC68030 CPU 2개 × 10개 보드 연동 운용, 보조 기억장치 용량 40G 바이트.

(표제부 사진 포함 출처 : https://www.etri.re.kr/40th/sub04_5.html)

(▲ 금성사 개발팀의 활동이 담긴 KBS 뉴스에서. 동영상 열람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3707034)

○ 3단계 개발 : 1991년 8월에 시작, 1994년에 완료.

500MIPS, 인텔 펜티엄 CPU 10개 병렬 운용, 메인 메모리 16M, 보조 메모리 256M 곱하기 8개로 확장 가능, 보조 기억장치 용량 200G 바이트.

그게… 각자도생? 1996년을 기준으로, 각 참여사는 다른 사양의 제품을 선보인다. 삼성전자 SSM-8000, LG System 3000, 현대전자 Hi-Server 9000, 대우통신 DTC-1000 4종. 물론, 어느 정도는 공용 플랫폼으로서의 제시 규격을 준수하는 조건이었을 것.

* 관련 글 : Corona Data Systems PC-1 컴퓨터, Made In Korea

○ 4단계 개발 : 1994년에 시작. 당초 목표는 “1997년에 생산한다”였음. 그렇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다음 두 기사에 잘 정리되어 있다.

1) [IT산업 20년 전] ‘슈퍼컴퓨터’ 개발사업의 전신, ‘타이컴’을 돌아보다. (아이티데이일리, 2016.11.01, http://www.it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81046)

“… 8~90년대의 국내 대형컴퓨터 시장은 IBM과 유니시스(Unisys)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특히 IBM은 90년대 초반까지 일반, 공공, 연구, 금융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국내 대형컴퓨터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여 사실상 독점과 다름없는 체제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다른 운영체제와의 상호 호환성이 낮아 기종 교체가 어려웠던 폐쇄적 환경을 빌미로 자사의 대형컴퓨터를 도입한 기관에게서 폭리를 취했다. 90년대 이후 유닉스(Unix) 운영체제를 갖춘 컴퓨터를 도입해 기존의 폐쇄적인 전산 시스템을 클라이언트/서버 기반의 시스템으로 교체하고자 하는 흐름이 일었으나, 결과적으로 유닉스 컴퓨터의 판매량이 급증하였을 뿐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 구조를 바꾸지는 못했다.

독점 체제를 구축한 글로벌 기업들은 시스템 확장을 위한 대형컴퓨터 추가 구입이나 디스크 등 소모품 구입에 일반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높은 가격을 붙이는가 하면, 빈번히 발생하는 시스템 장애에도 미흡한 대처를 보여주는 등 사후 서비스 제공 측면에서도 부족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도입해야만 했던 것은 이를 대체할 만한 국산 제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의 대형컴퓨터 시장 독점에 대항하기 위해 상공부와 체신부, 과학기술처가 나서서 추진한 것이 바로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이었다. 80년대 중반부터 논의된 주전산기 개발사업에는 수백억 원 규모의 국가 예산과 국내 최고 수준의 인력이 투입됐다. 이렇게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힘을 모은 결과 마침내 사업 착수 5년 만에 국산 중형컴퓨터 주전산기Ⅰ과 국산 운영체제 ‘K-DOS’를 발표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상공부 등은 이후 주전산기 개발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 후속 모델이자 ‘타이컴’이라고 불리던 주전산기Ⅱ 개발에 착수했고, 마침내 96년도에 이르러서는 민간기업의 주도로 개발된 주전산기Ⅲ까지 상용화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국산 주전산기의 개발을 통해 글로벌 기업의 독점체제에 대항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확실한 대안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96년 초에 주전산기Ⅲ가 상용화 된 직후, 개발을 담당했던 4개 회사(삼성, LG, 대우, 현대)들은 후속 모델인 주전산기Ⅳ의 개발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승승장구하는 것만 같았던 국산 주전산기 개발사업에서… “

2) 타이컴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컴퓨터월드, 2014.01.15, https://www.comworld.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853)

타이컴은 1993년 한해 243대가 팔렸다. 이는 당시 국내 유닉스 시장 매출의 17.0%에 달한다… 1994년 본지에 따르면 타이컴의 주 고객층은 공공기관이었다. 당시 타이컴 개발에 참여한 삼성전자 ‘SSM6000 /7000’모델의 1993년 전체 판매량 130대 중 57대, 금성사 ‘미라클 20000’의 80대 중 52대, 대우통신 ‘DTC7000/9000’의 36대 중 25대가 공공기관에 팔렸다. 반면 금융기관, 일반기업체 등 수요처에서는 글로벌 기업 제품으로 매출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1993년 금융기간에 팔린 서버 컴퓨터 총 387대 중 135대, 일반기업체에 팔린 총 376대 중 126대가 HP의 ‘HP9000’모델이었다.

이 대목에서, 타이컴 매출 성장세의 배경이 국산 주전산기 개발에 공을 들였던 정부 정부의 적극적인 마케팅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타이컴을 써야 정부로부터 IT 예산을 따내기 쉬워진다는 점 때문에 타이컴을 서버 시스템의 일부로 들였다고 말한다…” 

다음은, 김형용 님 이메일에 담긴 링크의 글. 왜 국내 대기업이 주전산기 개발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는지에 대한 단서가 적혀 있음.

“… 1983년 9월, 컴퓨터와 통신기기 전문 업체로 시작한 대우통신은 현재 대우전자 컴퓨터 사업부를 흡수하였다. 대우통신 연구소는 인천 근방의 새우젓 시장으로 잘 알려진 소래와 서울역에 자리하고 있다… 중형컴퓨터급 이상의 컴퓨터와 통신기기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소래 종합연구소는… 국내기술로 중형컴퓨터를 개발한다는 취지하에 금성, 대우, 삼성, 현대 4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타이컴(Tiger COMputer)’의 버전업 작업에 여념이 없다. 

타이컴은 기본 부분만 공동 개발했을 뿐, 나머지 확장슬롯이나 기능 향상, 판매 등은 각 사별로 독자적으로 행하고 있어 이미 각사가 내놓고 있는 타이컴은 ‘타이컴은 타이컴이되 모두 다른 타이컴’이다… 주로 국책과제 중심의 연구를 주로하는 소래 연구소는…” (마이컴 1993년 5월호 – 21세기 첨단 연구소 4, 대우통신 연구소, 출처 : 전화카트한장 블로그, https://jmagic.tistory.com/784)

그 어디에서도 타이콤 시리즈를 제대로 찍은 사진을 찾을 수 없다. 고가의 시스템화 장비이고, 출입 통제에, 기밀 수준도 높은 관공서나 기업의 전산실을 찍는다는 게… (그렇다고 해도 국가 자원으로, 어떤 박물관에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젠가 고철로 팔아넘길 예정인 마이크로 VAX를 그냥 가져가라는 말씀에 정중히 거절했던 게 기억남. 말이 마이크로지… 개인은 그 덩치를 갖다 놓을 곳이 없음)

이쯤에서 생각해 보기로,

대형 서버 시스템은 하드웨어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부품 소싱도 그렇고, OS나 인적 물적 지원 솔루션은 어떻게? 게다가 패권국가 미쿡의 전투기 판매, 원전 판매, 기타 윽박지르기 판매의 연상 때문에라도 99프로 망할 수 있는 길을 간 것이 맞고, 결국은 프로젝트 승률 그리고 돈이 관건. 그것을 보완하는 게 국가의 정책적 드라이브와 지원 예산인데… 그런 게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꺾어버린 IMF 시절에 좌초되었을 것.

어쨌든, 아쉽다.

황당한 국가 R&D 예산 삭감에, 최근에는 항우연 미지급 인건비를 안 주려고 총액의 약 1.5배를 김앤장에 지불한다는 소식을 접하니… 미친 세상에서 더 아쉽다. 포부가 충만했던 대한민국 기술을 일본 밑으로 깔고, 그러다가 독도를 넘겨주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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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추가) 그래서 21세기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취급해야 하는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용으로, ETRI가 개발한 <마하(Maha) 시스템>을 사용 중이라고. 개발? 이 경우는, 타이컴과 같은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시스템 개발이 아니라 상용 서버 자원을 활용하는 응용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이해하는 게 좋을 듯.

“… 슈퍼컴 ‘마하’는 105테라플롭스(TFlops) 급으로, 스토리지는 1.5 페타(Peta, 1,500테라바이트), 코어(Core)수는 3만 6천개다. 유전체분석서비스를 기반으로 암이나 질병 예측, 맞춤형 약물 적합성 판정 등의 맞춤형 의료서비스 실현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출처 : https://www.etri.re.kr/webzine/20140822/sub05_01_01.html)

“… ‘마하(MAHA) 유전체 분석용 슈퍼컴퓨팅 시스템 개발 과제(2011년~2015년)’는 향후 인류 건강 증진의 핵심적인 서비스인 유전체 분석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로서 TICOM 컴퓨터 개발 과제 이후 20년만에 재개된 대규모 고성능 컴퓨팅 서버 사업이었습니다…” (출처 : https://www.etri.re.kr/webzine/20200327/sub02.html)

그러면… 완전히 독자적인 하드웨어 주전산기 개발의 꿈은 사라졌다는 이야기. 실제로 분산 처리 등 컴퓨팅 방법론이 크게 달라졌으니까, 그럴 법하다. “Google은 써금써금한 하드웨어 몇백 만대로 대규모 글로벌 장사를 잘 하고 있다~카던데?”

* FIN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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