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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back Machine] 라비타의 실종?

by TIMO

* 오토스파이넷 기고. 작성일 2014.09.04 00:54, 49,890조회, 20 댓글, 6 추천

세상에는 많은 자동차들이 있습니다. 잘 달리는 차, 튼튼한 차, 늙은 차와 젊은 차… 듣자니 전 세계 약 6억 대 정도의 자동차가 있다고 하네요. 그런 자동차 중에 라비타(Lavita; La Vita, 삶/생동감=Vitality)라는 모델이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아반테를 늘이고 줄여 만들어 낸, 일종의 변형모델로서 그 과정과 결과는 투싼이나 뉴스포티지의 경우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주문 실적 저조를 이유로 2001년 이후 생산되었던 라비타의 국내시장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해외, 특히 유럽 쪽 수출물량은 여전히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차가 되어 버렸지요.

“라비타? 갑자기 왜?”

이 라비타는 “잘 설계하고 잘 만든 차가 잘 팔리는 차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마켓의 아이러니 혹은 냉정한 법칙’를 단적으로 보여준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어떤 모델이었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2006년 10월 등록된 이 라비타의 구입 가격은, 썬루프를 제외한 Full Option을 기준으로 1,380만 원이었답니다. TCS, ABS, EBD, 풀-오토 에어컨, 듀얼 에어백, 핸들리모컨, 핸즈프리 등등 옵션을 달고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사양을 비교 모델인 아반테에 적용하면 1,600만원 정도는 지불해야 한다고 하지요?!

옵션 투자 비용만 가지고는 확실히 아반테에 비해 효익이 높습니다. 그런데 왜 판매가격이 저렴했던 것일까? 제대로 된 TV 커머셜을 볼 수 없었던 만큼 광고비 등의 거품이 빠져야 했으니, 얼핏 현대자동차가 매우 정직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또는 이런 정도의 가격이라야 그나마 ‘4대/주’라는 주문량이라도 확보할 수 있었겠지요.

라비타의 디자인에 있어서는 확실히 국내 비교 모델들에 비해 독특한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피닌파리나(Pininfarina)의 손길이 닿았던 탓인지, 뒷 쪽 45도 각도, 앞쪽 20도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라인들이 이 라비타를 깔끔한 ‘요조숙녀(확실히, 30대 아이 한두 명을 둔 여성이 몰기에 딱 좋은 차) ‘처럼 만들어 주고 있지요. 아반테도 소나타-트라제 XG처럼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이네요.

실내 중앙부에 계기판을 배치한 국내 모델이 몇 종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한 듯 보이지만 하루 이틀 쓰다 보니 그럴 것도 없지요. 시선 변화를 위아래로 할 것이냐 아니면 좌우로 할 것이냐의 차이뿐이랍니다.

엔진(1.5/1.8에 이어 최종 버전은 1.6리터)과 동력장치, 서스펜션 등은 아반테의 것들이 많이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매우 특별함’을 기대하기에는 좀 무리가 따르겠지요? 내구성에 대한 기대감, 조립 품질, 인테리어 곳곳의 마감도 등은 아반테의 것과 비슷한 수준. 솔직히, 다소 황당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자동차 인식과 평가의 기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잘 설계하고 잘 만든 자동차’라 함은, 잘 팔리는 아반테 베이스 모델이라는 점과 칭찬받는 유럽형 수출모델이라는 요소를 가미한 결과값이고 ‘잘 팔리지 않는 자동차’라고 이야기한 것은 2001년 소개된 모델이, 2006년 기준 고작 387대만 판매되었다는, 어찌 보면 극도로 미미헀던 국내시장 판매실적을 생각한 것이지요. 참고로 해외 판매는 몇만 대 단위였습니다. 지금도…?

이쯤에서 함께 생각해 볼 것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분명한 가격 메리트가 있고 실용성이 매우 높으며 나름대로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모델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받지 못하는 자동차가 되었으며 끝내는 판매가 중단되었을까에 대한 의문.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1) 자동차 모양새에 대한 우리네 사람들의, 독특하고 도식적인 선호도가 있습니다. 덩치 큰 SUV와 RV 또는 세단을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도어 패널 틈새 있다고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외국 사람들과의 시각차가 확연한 만큼입니다. (2) 세단과 RV의 퓨전적인 형태라니…

그 정체성이 모호한 면도 있지요. 설계자가 의도한 정체성이 아니라 소비자가 생각하는 정체성. (3) 이런 정도의 크기와 모양새라면, 그 옆에 롱런을 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카렌스가 있구요. (4) 여기에, 유럽 시장에 촛점을 두고 개발된 모델이 잘 수출되고 있으니 현대자동차가 굳이 국내시장 판매 부진에 큰 고민을 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네요.

자, 그렇다면 결국은 사는 사람과 만들고 파는 기업이 ‘라비타’의 유용성과 가치성에 대해서 그리 큰 기대와 욕구를 갖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다른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대우자동차의 ‘누비라 D-5’라는 모델이 있습니다. 90년대의 해치-백 스타일 모델. 그런데, 지독히도 안 팔렸지요. 대우자동차, 누비라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분들 때문일까요? 아니지요. 그 당시에는 그냥 그러했습니다. 프라이드 해치백, 세라토 해치백 등등을 포함해서 이후에도 여러 모델이 선을 보였으며 대략 10년쯤 지난 이 시점에서… 분위기가 조성된 후 해치백 모델인 현대자동차 ‘I30’이 세단형인 아반테를 능가할 형세가 된 것이지요.

천대받던 RV, SUV, 디젤엔진이 당당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시대적 트랜드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I30이, 단지 성능이나 스타일이 독특해서 선호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사람들의 인식이라는 것, 자동차를 평가하는 개인적인 기준들은 늘 변해가는 것이고 그런 논리로 ‘라비타’는 그 탄생의 시점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라비타의 엉뚱한 희생 뒤, 아반테 베이스 I30이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를 잘 살펴보면, 아주 잠깐 나와 가물가물한 모델도 있고 대우자동차 ‘에스페로(Espero)’처럼 10년이 넘었음에도 그 디자인에 있어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델도 있습니다. 소나타와 같이 예나 제나 잘 팔렸고 잘 팔리고 있는 모델 몇 종을 제외하고는 다들 그렇고 그런 신세였을 것이니… 왜 다들 소나타만큼이 못되었을까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자동차 설계자만의 책임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문화, 시각, (소비가가 아닌) 메이커가 유도하는 트랜드가 키워드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절대 기준이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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