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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yback Machine] 오토-북 이용자 모임 후기

by TIMO

2004.05.30

1. 왜 모였지?

아주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OB맥주 선전에서처럼 그냥!

게시판에 공지를 살짝 올렸고 5월의 마지막 토요일 6시에 신촌 연세대 정문 부근의, 그 유명한 독수리 다방 앞에서 첫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초 대학 후배, 이관* 님, 류*희 님, 김*기 님, 황*익 님, 경*환 님, 하*진 님, 박*흠 님과 그분의 연인, 모두 10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박*흠님이 갑자기 일이 생기셨다니… 아쉽게도 연인과 함께 불참을 하셨지요. 하*진 님은 개인적인 약속 때문에 불참.

2. 시간의 흐름

류*희 님은 방송 출연 때문에 조금 늦게 오셨습니다. 먼저 온 사람들끼리 소금구이를 먹자고 이야기가 나왔기에 독수리 다방 뒤편의 음식 거리 안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여차저차 ’24시 껍데기 집’이라는 곳에 들어가게 되었네요. 이 모임에 참석한 분들의 나이를 합산하면 대략 200살은 훨씬 넘을 것인데, 음식점에서 일하는 분들은 여전히 학생들을 대하는 듯. 아마도 그네들 눈에는 늙다리 대학원생들의 모임 정도로 비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젊게 봐주는 것에 기분 좋아해야 할지 푸대접은 아닐지라도 나이에 걸맞은 합당한 대우를 못 받는 것에 기분 나빠야 할지 다들 아리송하게 생각했답니다.

삼겹살, 소금구이 있을 것은 다 있는 곳인데, 햐~ 정말로 싸더군요. 삼겹살 1인분에 3,000원이랍니다. 단순히 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지만, 당일 술값은 제가 내기로 작심을 한 상황이었으니…

젊은이 복받을껴~ 껌과 쵸코릿을 파는 할머니. 늘 그렇듯 거절 못하고 몇 개를 받았더니 내밀었던 1만 원어치를 사는 것으로 하자며 일방적으로 한 움큼의 물건들을 제 손에 쥐어 주셨던 분입니다. 그리고는… 돈 많이 벌 것 같다고 하시네요.

학생이 아닌 것을 아셨던가? 그리고 끝말은… “예수님 사랑, 예수님 사랑, 예수님 사랑합시다~ ” 뭐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렇지요? 돈 많이 벌면 좋겠고 또 돈 많이 벌라고 축복받았으니, 엉겁결에 대응미흡으로 1만 원이 날아가 버렸다고 자책할 일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할렐루야~

잠시 후 류*희 님이 합류를 하셨고 또 조금 후에 황*익 님이 오셨지요. 다 왔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먹었던 술이 슬슬 오르는 참이 되었네요.

카메라에 잡힌 젊은 아가씨는 제 카메라를 매우 의식하는 듯. 줌으로 찍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아무튼, 이 연대 앞 저잣거리는 매우 재미있는 곳입니다. 왜냐하면? 사진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몇 명 더 있네요.

조금 시끄러운 편인지라 자리를 옮기기로 합니다. 그러고는 근처 생맥주집으로 갔습니다. 묘한 그림이 손님을 받기는 그런 곳이었는데, 대학가에 있는 것치고는 대략 큰돈을 들여 꾸며 놓은 주점이었네요.

그만큼 연대 인근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성향이 막걸리, 소주 스타일은 아닌 것이 분명하고 대학가라고는 하지만 외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온다는 뜻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이만큼의 시설비를 들인다고 해도 충분히 그 이상을 벌 수 있는, 그런 목 좋은 공간이 바로 연대-이대 인근지역이 아닐까… 라는 별 의미 없는 생각들을 해 보았습니다.

중간에 잠시 나와서 거리를 구경해 보았습니다. ‘불야성’이라는 말은 이런 곳을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 예전엔 너무 익숙했던 광경들이 이제는 생소하게 다가오는 만큼 너무 한적한 시골 동네(방화 3동)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촌 사람 다 됐군…” 그런 생각들을 하며 몰래 오뎅 꼬치를 하나 먹고 있는데…

글세, 옆에 있던 아줌마 둘이 낄낄거리며 농을 걸어 오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든 응대 잘해주는 편인데… 보니 인근 포장마차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이었네요.

“아줌마, 사진 한 장 찍을까? 인터넷에 뜰 껍니다.” 하며 씨익 웃었더니 업소 소개 차원에서 10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는 자기네 주점에 가자며… 술 먹은 사람은 사리 분별이 모호(?)해 지니 따라갔지요. 그래서 또 다음의 사진들을 찍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보니 참석자들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남산, 용인 스피드웨이 등등 주로 경험담 위주의, 드라이빙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던 모양입니다. 주최 측인 제 자신은 결국 별다른 이야기를 한 것도 또 들은 것도 없이… 그만. 오르는 취기 때문에 푹~ 자고 일어났습니다. 꾸벅꾸벅… 눈을 떠 보니 이관영 님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군요. 동반자가 있으니 창피스러움이 조금 덜 한 상황.

대략 11시쯤 헤어졌습니다. 다음에는 자동차를 몰고 그럭 저럭 접근하기 어려운 듯 쉬운 듯 한 조용한 곳에서 만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술을 마실 수 없는데…” 한 가지 단점이 있더군요. 역시 다음에는 청태산 휴양림의 1박 2일 코스 정도가 좋겠다는 결론.

3. 방관자

“오토북 이용자들의 모임입니다.”라고 해 놓고는 정작 운영자가 옆자리에 빠져 있던 것은, 잘못은 잘못이겠지요. 방관자인 양 때가 되면 술값 계산만 했답니다. 약간은 의도한 바이기도 하지만… 다음 날 생각을 해 보니 잘한 것인지 잘못하는 것인지 아리송하긴 하네요. 대화의 내용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Invitation 한 장에 사람들이 동참을 해 주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인터넷과 자동차가 만나는 중간 지점에서 이런저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향기 좋은 공간에서 10년쯤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잠시 빠질 수 있었다는 것이 몇 주간 내내 삶의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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