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TIMO GEM > [Wayback Machine] ‘노무현’, 자동차 그리고 게시판 문화

[Wayback Machine] ‘노무현’, 자동차 그리고 게시판 문화

by TIMO

2003. 2. 11

무슨 관계가 있을까? 처음 이 단어들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이 세 가지는 근래에 우리가 인터넷을 이용해서 접할 수 있었던 하나의 “컨텐츠(Contents)” 라는 것입니다. 이 “컨텐츠論”은 일견 논리 비약으로 비춰질 수도 있고 斷定의 오류에 대한 우려와 객관적인 실체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라는 감각적인 반박도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세 가지는 제시된 사진들과 같이 누구나 알고 있고 상시불변인 것이라기 보다는 특정 시대, 특정한 장소에서 모종의 반대 급부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인위적인 이미지 또는 그 상징물일 수 있다는 점에 촛점을 두고자 합니다.

다른 한 가지의 공통점은 이러한 이미지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계층이 20대~30대의 젊은 층이라는 사실입니다. “보수”와 “진보”간 극단의 대결 양상이 펼쳐졌던 지난 선거 막판에 결정의 칼날을 휘둘렀던 이 사람들은 몇 가지 차별화된 “세대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누구나 다 이해하고 있는 바로, 독립적인 의사 결정과 그 전달이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즉, 보고 듣고 느낀 바 그대로를 왜곡 없이 표출하고 외부로부터의 영향도가 작습니다. 그렇기에, “독립군들”이 올림픽 신화를 이루어 냈고 대선과 반미 촛불시위를 정점으로 주목받는 사회세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하기만 합니다.

둘째, 이들은 생각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뜻밖에도 매우 소극적이며 “귀챠니즘”으로 대표되는 게으름 지상주의의 “귀챠니스트” 성향이 강합니다. 이들의 행동과 실천의 차이는 “意思”와 “意志”의 차이를 가지고 해석을 해야 하겠습니다. 늘 생각은 하고 좋다면 열광은 하되 그런 것이 아니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를 싫어하는 습성과 가공할 만한 무의지를 가진 세대처럼 보입니다.

전후 세대로서 풍족한 시대속에서 성장한 이들은 부족함을 모르고 풍족한 사회의 다양한 색상에 노출되며 자란 탓에 시각적인 선별력이 뛰어난 계층입니다. 그리고 대리 행위와 그것에서 얻는 만족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아기자기한 Avatar 꾸미기에 돈을 쓰고 언제나 멋진 화면의 핸드폰을 사기 위해 노력하며 인터넷상에서 가상의 게임머니를 주고 받고 또 1인칭 또는 관조형 게임을 즐깁니다.

밋밋한 내용보다는 화려한 그래픽과 색상에 촛점을 둔 구매력을 갖고 있고 무엇보다 이미지를 객체화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이 세대는 이미지와 상징물에 익숙한 세대이고 막대한 이익 창출을 노리는 기업들의 노력에 의해 점점 더 익숙해져 갑니다. 이 사람들은 찬찬히 글을 읽기보다는 감각적인 제목 그리고 그에 대한 호기심, 화려한 그래픽 효과 때문에 마우스를 클릭합니다.

역으로 게시판에 능동적인 글을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성들여 쓴 글의 내용이 무엇이건 포함된 그림과 사진을 그냥 스쳐 지나가 듯 열람을 합니다. 이 들에게 공들여 쓴 글에 대해 답글을 적어 달라고 하는 것은 바보같은 자의 요구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우선적으로 이러한 귀챠니즘 때문에 공개된 글에 대한 피드백의 절대량이 부족합니다. “양방향 정보 생산” 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개선점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감각적인 내용들이 선호되고 있기에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필요 이상으로 소진되고 있고 더 좋은 글과 내용이 변변치 않은 현란함 때문에 외면을 당하기도 합니다. 한 줄의 문장으로 간단히 표현 가능한 내용이 번잡스러운 그래픽들로 대체되어야만 합니다. 어쨋거나 표현되는 수 많은 정보가 다차원적인 수요와 공급의 측면에서 균형을 이루야 함에도, 허공 속에 메아리 울리 듯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에 현란함 위주의 수요과 그에 균형을 이루는 공급쪽으로 사이트들의 화면과 글들이 집중되어 가고 때로는 텍스트가 그래픽의 보조수단으로 인식되는 역전현상까지도 발생합니다.

부가되는 사항은, 이들이 자신의 경험담 이나 자신이 겪어 온 과거의 이력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외부에 공개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국산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한 이후, 국내모델의 履歷 자료에 대한 인터넷 검색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습니다. 이에 반해 외국 모델의 경우는 간단한 단어들의 조합으로 쉽게 이미지와 그에 대한 해설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고 있을까?” “20년간 차를 소유하면서 겪어던 것들 그리고 자신들의 생각들을 조금은 어설픈 화면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와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은 둘째로 치고 오래된 차를 갖는 것 자체가 이상스럽게 비춰지는 나라의 차이점은 뭘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과시 욕구’, ‘생활 필수품’, ‘역사와 전통의 차이’와 같은 통례적인 원인 분석 외에 과거에 차량을 소유한 사람들은 의지가 있어도 현재와 같이 인터넷 매체와 도구를 사용할 수 없었고, 반면에 이것들을 갖고 있는 현재의 사람들은 타인을 위한 히스토리 관리에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빗나가버린 “시대적 여건 설정”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래에는 언급된 수요자의 특성이 공급자를 다르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공급자가 수요자를 한 쪽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단순히 젊은 세대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상호작용의 방향이 전혀 엉뚱한 곳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와중에 인터넷 강국을 자처하고 있는 나라에서 텍스트 기반의 좋은 글들은 점차 설 땅을 일어가고 있고 사이트들의 게시판들은 허한 느낌이 들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과연 인터넷이 멀티미디어를 지향한다고 한 들, 내용 위주의 사이트들과 게시판들이 번성할 길은 영영 멀어져만 가는 것일까? “이미지 컨텐츠”에서 “텍스트 컨텐츠”로의 회기는 과연 가능한 일이겠는가? 또 다른 고민거리들입니다.

‘텍스트로의 회기’란 실전적인 내용 위주의 자료 관리를 의미합니다. 이는 경험한 사람이 쓴 글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오늘 이런 것에 별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한 십여 년쯤 후에는 국산 모델의 이력 또는 이를 소유했던 사람들의 모든 기억들이 찾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쯤 몇 몇 사이트들에 있는 글들은 정보라기 보다는 천편일률적인 내용들을 가진 무의미한 자료로 존재하게 됩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